데이미언 허스트와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모한 학살극

우리나라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은 "국가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을 지정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우리나라 미술의 공식적인 얼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진=모리와
사진=모리와

그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3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데이미언 허스트 전시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를 진행하고 있다. 얼핏 심오하고 깊은 주제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경악스럽다.

포름알데히드에 통째로 절인 상어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예술성'을 채워주기 위해 불필요하게 죽임당하고 매일 수많은 관람객들의 볼거리로 전락 당했다. 잘린 소머리에서 매일 새로운 파리가 태어나고, 정교하게 설계된 살충기에 의해 다시 죽어가고 있다. 멋지게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는 데이미언 허스트가 수천 마리의 나비를 죽여 만들어낸 것이다. 그동안 그의 '예술적 영감'을 드러내기 위해 동원된 동물은 90만 개체에 달한다.

2021년 KBS에서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당시 낙마 장면을 연출하려고 일부러 말을 넘어뜨려 말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작가와 KBS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벌금형이 선고됐다. 뒤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아무리 작품을 위해서라도 동물에게 불필요한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난 16일 국립현대미술관 앞에서 진행된 규탄 집회. 사진=데이미언 허스트에게 살해당한 동물들을 생각하는 모임

2026년이 된 지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에서 생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볼거리리로 활용하는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각종 미디어는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의 깊은 의미를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박물관에 들어간 아이들은 "우와 상어다!"라며 감탄하거나 잘린 소머리를 신기하다는 듯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어른들은 사체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SNS에 올린다. 죽음을 구경거리, 오락거리로 소비하는 이곳에는 사유도 존엄성도 없었다.

비틀즈의 멤버이자 동물권 운동가로 유명한 폴 매카트니는 "도살장이 유리 벽으로 되어 있다면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틀즈 음악에서 작품 영감을 받았다고 한 데이미언 허스트는 여태껏 당당하게 유리 전시장에 학살극을 전시해 왔다. 그리고 그를 모시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은 관람료를 8,000원으로 60%나 인상했다.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된 이 전시의 본질은 폭력을 통한 이윤 창출이다.

이서영

이서영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담고 싶기도 하지만 제대로 마주하기 어려워 지나쳤던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해요.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작고 부드러운 생명체들을 만나가며 깨닫게 되어요. 뭇것들이 오가고 깃들 수 있는 모리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