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그 동물이 유해하다 말하는가

제 1회 유해생물 명예회복 포럼을 다녀와서

지난달 22일 이화여대에서 생명다양성재단 주최로 제 1회 유해생물 명예회복 포럼이 열렸다. 우리나라는 특정 야생동물이 농작물 및 재산에 피해를 입히거나 인명 피해, 감염병 전파 등의 우려가 있으면 '유해동물'로 지정해 포획에서 사살까지도 가능하다.

사진=모리와

'당연히' 동물보다 사람이 먼저라며, 인간 사회에 피해를 주는 유해동물은 없애는 것이 옳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 차단을 위해 멧돼지를 '박멸'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자신을 "도봉구 러브버그 박멸의 해결사"라고 하는 한 국회의원은 '러브버그 방제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멸하자는 말이 그렇게 쉽게 꺼낼 수 있는 것일까? 어떤 종이 유해하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박멸시킬 수 있는 걸까? 큰입배스는 미국에선 평범한 물살이지만 한국에서는 생태계 교란종이다. 반면 한국에서 흔한 가물치는 미국에서 '괴물 물고기' 취급을 당한다. 고라니는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이지만, 한국에서는 2022년 기준 한 해 18만 마리, 즉 3분에 1마리씩 사살되는 유해동물이다. 그러면 우리는 큰입배스, 고라니를 박멸해도 되는 걸까?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떤 세상에 살고 있길래 종의 박멸까지 논하게 됐을까? 인간들은 어쩌다 이들을 그토록 적대하게 됐을까? 정말 종의 박멸이 아닌 다른 대안은 없을까?

박멸이 아닌 다종의 번성으로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최명애 교수의 발표는 '유해생물' 개념이 생물 자체의 속성이 아니라 관계망 속에서 구성된다는 점을 드러냈다. 특정 동물이 유해한 것이 아니라, 동물과 연결되는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최명애 교수는 여러 종이 함께 살아갈 때는 필연적으로 서로 피해를 보는 일이 발행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종을 제거하거나, 어떤 종을 보호하는 이분법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는 가장 적절하고 옳은 실천을 하기 위해 고심하는 것이 바로 '윤리'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다종의 번성이 필연적으로 폭력을 수반함을 받아들이되, 무관심으로 대했던 비인간 존재를 가시화하고, 연결망을 확장하고, 감정적 교류·공감을 시도할 것을 제안했다.

숲은 멧돼지와 연결되어 있다

비인간 존재는 인간과도 연결되어 있지만, 자연 생태계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양두용은 점봉산 신갈나무림에서 멧돼지가 관여하는 초본 식생의 변화를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야생 멧돼지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해 포획·제거하고 있다. (단, 생명다양성재단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링크 양두용은 "한 종을 박멸하고 차단한다고 해서 그 종만 차단되는 것이 아님"을 지적하며, 병원균을 박멸할 수 있다고 믿는 시스템이 매우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멧돼지는 '교란 요소'로서 숲 바닥을 파헤쳐, 특정 종이 우세하지 않게 생태 다양성을 키워준다. 숲 바닥의 초본들이 다양하게 살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해 주는 역할을 하던 멧돼지가 사라지자 점봉상 숲 바닥의 풍경도 바뀌었다. 멧돼지를 사살하니, 숲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고라니에게 이렇게 다양한 얼굴이

우리나라에 너무 많아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고라니는, 전 세계적으로는 희귀 동물이다. 중국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복원 사업이 이뤄질 정도다.

오랜 기간 고라니를 관찰하고, 고라니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쓴 문선희 작가는 우리가 모르는 고라니의 다양한 면모들을 소개했다. 사실 고라니는 겁이 많아 잘 숨는 동물인데 그토록 많이 출몰하는 것은 수가 많아진 것이 아니라 활동 영역이 넓어진 것, 즉 생태 환경의 변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선희 작가의 '이름보다 오래된' (사진=모리와)

고라니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심각하다지만, 사실 시골 어르신들은 이미 고라니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었다. 숲과 인접해 고라니가 자주 드나드는 밭은 들깨처럼 고라니가 싫어하는 작물을 심어 피해를 줄였다. 하지만 시골 밭을 구매해 농사를 짓는 외지인들은 그 사실을 모르니 피해가 막심하다며 민원을 넣는다는 것이다.

고라니 1마리를 사살하면 사냥꾼에게는 3만 원이 지급된다. 문선희 작가는 세금으로 사냥꾼에게 지급되는 비용의 절반만 사용하면 농민들에게 보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세금을 두 배로 낭비하면서 더 많은 생명을 죽이고 있는 셈이다.

작가는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관찰한 새끼 고라니들의 얼굴을 촬영해 책에 실었다. 그저 '운 나쁘게 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 동물'에 불과했던 고라니도, 저마다 각각 다른 얼굴과 특징을 갖고 있었다. 비인간 존재들과 마주하고 감정적으로 교류하는 것 또한 우리가 박멸 대신 모색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비둘기를 그대로 둘 순 없을까

비둘기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 때 본격적으로 통신 목적으로 도입됐다. 해방 이후에는 비둘기 사육 문화가 생겨나고, 행사의 축하 및 장식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목적에 따라 의도적으로 번식시키며 사육해 온 비둘기는 점차 용도를 잃어가며 풀려났고, 이제는 자생하며 스스로 번식하고 있다. 그 뒤 비둘기와 관련된 민원이 증가하면서 비둘기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이제 지자체 조례에 따라 비둘기에게 먹이 주기를 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정작 지금까지 실제로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없다. '도시인들을 위한 비둘기 소개서'의 저자 조혜민은 과연 비둘기로 인한 피해가 감당할 수 없는 정도로 심각하냐고 반문한다.

비둘기 배설물로 인한 민원은 대개 심미적인 이유이며, 질병 매개 가능성도 다른 동물에 비해 특별히 높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먹이 주기를 금지하더라도, 도시에 부주의하게 버려지는 음식물 등 수많은 먹이가 비둘기에게 공급된다. 게다가 우리가 동물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유해동물'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정작 동물 학대를 조장하고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오히려 독일이나 스위스는 적절한 먹이와 번식지 제공을 통해 비둘기 개체수 관리를 시도하기도 했다. 나아가 조혜민 작가는 이렇게도 말한다. "사실 제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방향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혐오 대신 그저 함께 살아가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곤충의 명예 회복을 위해

김태우 박사(국립생물자원관)의 발표는 곤충에 대한 사회적 혐오와 무지의 역사를 추적했다. 일제강점기 '송충이 잡기'부터 시작된 박멸의 역사는 익충과 해충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고착화시켰다.

김태우 박사는 곤충 혐오가 선천적이라기보다 후천적으로 학습된다고 말했다. 제인 구달이 잠자리에게 키스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던 것처럼, 어떤 언어와 교육으로 곤충을 접하느냐가 태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곤충에 대한 혐오가 만연해 있다. (각종 혐오 표현마다 '충'을 붙이지 않나.) 사실 곤충은 전체 동물종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생태 네트워크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포유류의 로드킬이나 조류의 윈도우 스트라이크는 안타까워하면서, 곤충을 밟아 죽이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곤 한다. 심지어 멸종위기 2급 큰자색호랑꽃무지조차 등산객 눈에는 '바퀴벌레'라며 밟혀 죽는 현실이다.

김태우 박사는 "사람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한다. 이 곤충은 사람에게 해로울까? 모기는 다 없어져도 되지 않을까? 처럼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보다, 전체 생태계를 내려다보는 '신의 시선'(그는 '외계인의 시선'이라고도 표현한다)에서 바라보자는 것이다.

매미 소리는 왜 소음이 됐나

'매미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불평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곤충의 자연스러운 울음소리가 어쩌다 소음이 됐을까. 장이권 교수(이화여대)는 도심 매미 밀도 연구 결과를 통해 이토록 매미 소리가 커진 이유가 매미가 많아져서가 아니라, 도시가 뜨거워진 것임을 설명했다.

말매미의 밀도는 농촌보다 대도시에서 최소 9.5배 높았고, 참매미는 2.8배 높았다. 도시열섬 효과 때문이다. 인간의 밀도가 높은 곳에서 에너지 소비가 많아지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원래 한여름도 추워할 정도로 잠깐만 살 수 있었던 말매미가 이제는 도시 전체를 서식지로 삼게 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매미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한 것이다. 그렇다면 매미 소음의 주원인은 인간의 활동이다. 우리가 만든 환경에서, 우리가 불편함을 느끼고, 정작 그 불편함의 원인을 매미에게 돌리고 있다.

야생 외교라는 제안

생명다양성재단 김산하 대표는 마지막 발표에서 프랑스 철학자 밥티스트 모리조트(Baptiste Morizot)의 '야생 외교' 개념을 소개했다. 외교란 최소한의 무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관계의 형식이다. 야생 외교는 인간과 야생동물의 관계를 '적자생존'이 아닌 '최적 관계자의 생존'으로 재구성한다.

늑대를 사살하는 대신, 다른 늑대의 냄새를 묻혀오는 '생물학적 울타리' 세우기, 벌통을 농경지 경계에 설치해 코끼리 침입을 막으면서 농부는 꿀로 2차 수입원을 얻기, 퓨마의 공격을 받는 염소 목에 스터드가 달린 목걸이를 채우기 등, 세계 각지에서는 인간과 동물 사이 새로운 공존 방식을 모색하는 실험이 펼쳐지고 있다.

그는 인간이 야생동물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성에 기반할 수 없다며 '애니미즘'에 주목하기도 했다. 비인간 존재와 정신적으로 교류하는 전문가로서 샤먼(shaman)은, 자기 인간성을 내려놓고 그 관계 안으로 들어가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인간 존재들을 추적하는 행위는 과거에는 사냥을 위함이었지만, 지금은 진정한 관계 맺기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마치 그저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도로에서 로드킬 당하는 존재로만 알고 있던 고라니가 어떤 습성을 가지고 있고, 왜 한국에 많이 분포해 있으며, 농민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왔는지를 추적하면서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허술한 기준으로 만들어진 '유해함'

오소리는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포획·채취가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경기도 하남시는 올해 도심 오소리 출몰로 피해가 발생했다며, 환경부에 오소리의 '유해야생동물' 지정을 공식 건의했다.

오소리는 곰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밀렵당한 동물이다. 국내에서는 쓸개가 몸에 좋다는 잘못된 속설 때문에 많이 사냥당했다. 하남시에서 지난 1년간 오소리에게 물려 피해를 입은 시민은 13명이다. 무고한 피해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간이 그동안 그토록 많은 오소리를 밀렵하고 서식지를 파괴해 왔으면서 너무나 가볍게 '유해하다'고 말을 꺼내는 건 아닐까.

사진=모리와

고라니처럼 국제적인 멸종위기동물도 민원 때문에 유해동물이 된다. 이토록 허술한 기준으로 유해동물을 낙인찍고 종의 박멸을 논한다면, 포럼에서 나온 말처럼 "한국 땅에 남는 동물은 개와 고양이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지구상에서 가장 유해한 동물은 인간'이라는 말은 꽤 상투적인 문구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간은 다른 동식물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지구상에 인간이 사라지면 동식물은 알아서 살아갈 수 있지만, 동식물 단 몇 종만 사라져도 인간 문명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멧돼지나 곤충처럼 인간에게 유해하다고 낙인찍힌 종들이 사라지면, 생태계는 균형을 잃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유해동물의 명예회복을 주장하는 것은 단순한 연민이나 동정심 때문이 아니다(물론 그 또한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마치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로서 생존하고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그동안 다른 생명들의 삶을 위협하면서, 동시에 우리 자신의 삶까지 무너뜨려 왔다는 사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찬울

박찬울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다가 반려동물매체에서 기자 일을 하면서 동물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습니다. 반려동물을 비롯해 학대·방치견, 동물보호소, 반려동물산업, 동물보호법 등 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