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힘들게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는 이유

유기 동물을 구조하고 입양하는 것은 값진 일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예쁘고 귀여운 모습만 기대하고 유기견을 입양했다가 다시 파양해 두 번의 상처를 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구조하고 입양하는 사람들은 어떤 심리일까. '다시는 키우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왜 다시 위기 동물에게 손을 내밀게 되는 걸까. 도자기 브랜드 '고토(GOTOE)'를 운영하는 장보인과 기타리스트·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허세과는 함께 6년째 '태리'라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겉보기에 작고 귀여운 태리의 모습 이면에도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사진=모리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들은 2019년 태리를 입양했다. 원래 보인 님의 언니네 가족이 태리를 구조해 임시 보호하고 있었는데, 언니의 출산으로 더 이상 돌볼 수 없어지자 태리가 갈 곳이 없어진 것이었다.

계속 태리의 처지가 마음에 걸렸던 보인 님은 언니의 출산이 임박하자 본격적으로(?) 세과 님에게 태리를 데려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게 치밀한 토론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그보다는 어디에도 갈 곳 없는 태리에게 자신들이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컸다.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데려온 거죠."

하지만 그 대가는 꽤 가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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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많이 힘들었어요. 서로 강아지를 대하는 태도,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도 모르고 있었어요"

태리는 처음 봤을 때부터 활발하거나 사람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조용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새 집에 적응하고 이곳이 자기 집이라고 인식하고 나서부터 태리는 소유욕을 드러내며, 심지어는 공격적인 모습까지 보였다.

길에서 처음 발견됐을 때 태리는 저렴한 하네스를 차고 거칠게 미용된 상태였다. 누군가 키우긴 했지만 실외로 나가본 적이 없어 보였다. 산책할 줄도 몰랐고 야외에서 걷는 것조차 어색해했다.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아본 적 없는 태리가 인간 사회에서 반려견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보호자들의 큰 노력이 필요했다.

평생을 강아지와 함께 살아온 보인 님과 다르게 세과 님은 한 번도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었다. 보인 님에게 강아지는 꼭 매일 24시간 밀착해서 돌봐야 하는 존재가 아니었지만, 세과 님은 태리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거의 싸워본 적 없는 둘이 태리 때문에 '찐 톤'으로 다투는 일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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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왜 싸움이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고 대화를 나누며 태리를 키우는 그들만의 방식을 만들어갔다. 그러자 신기하게 태리와의 관계도 더 나아졌다. 평소 잘 지내던 사람들도 언제든 새로운 상황을 직면하면 위기를 맞이하곤 한다. 태리가 이 둘의 관계를 더 굳건하게 만드는 기회가 된 셈이다.

태리에게는 더 많은 기다림이 필요했다. 흔히 사람들은 개라면 누구나 사람을 좋아하고 살갑게 대해준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개들도 사람처럼 개체마다 성격과 성향이 다르다. 더군다나 오랜 시간 반려견다운 대우를 받지 못 해온 태리에게는 당연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강아지를 오래 키워본 보인 님에게도 태리는 독특한 강아지였다. "처음 겪어보는 강아지예요. 밖에서는 아무것도 안 먹다 보니까 훈련하면서 보상을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었어요."

보호자들은 태리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기다려주고, 이 사람들과 이 장소가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었다. 그 결과 지금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물론 아직은 집에 모르는 사람이 들어오거나, 마당에 참새라도 나타나면 열심히 짖어 대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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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에디터들과 함께 한 태리의 산책은 꽤나 평화로웠다. 차를 타고 태리가 좋아하는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까지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코스에서 태리는 낯선 에디터들과 함께 걸어도 짖지 않았고, (첫 만남은 꽤 거칠었다) 다른 개를 만나도 잠시 멈칫할 뿐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불안함이 있었는지, 계속 걸음을 멈추며 뒤를 돌아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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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태리 역시 다른 강아지들처럼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은 강아지였다. 하늘에서 철새들이 울며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면 불안 반 호기심 반으로 멈추어 서곤 했다. 그러다 멀리서 아이들 신발의 '삑삑이' 소리가 들려오면 물끄러미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봤다. (태리는 삑삑이를 좋아한다.)

태리가 모리와 에디터들의 냄새를 맡고 짖지 않거나, 보호자의 부름에 반응할 때마다 세과 님은 "옳지!"라며 꾸준히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줬다. 그렇게 어느새 경계심이 풀렸는지 보호자들과 함께 힘차게 공원을 달리는 멋진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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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들이 태리를 키우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소유욕이었다. 태리는 자기 물건, 자기 집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누군가 손을 대면 이를 드러내거나, 심지어 입질을 하기도 했다. 구조되기 전 나이가 6개월이 되도록 제대로 된 훈련이나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듯했다.

보인 님과 세과 님은 여러 가지 교육을 시도해 봤다. 주변에 간식을 흩뿌려 놓고 보호자가 간식을 만질 때 태리가 달려들면, 오히려 태리에게 더 많은 간식을 던져주는 방법도 시도했다. 누군가 태리의 것을 만져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되려 좋은 일이 생긴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태리는 교육을 시도할 때마다 잔뜩 긴장해 몸이 경직되고, 공격성도 더 심해졌다. 결국 병원에서 예민도 검사를 받아봤는데, 사실 태리는 선천적으로 더 예민한 성향이 강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훈련을 통해 조금 나아질 순 있겠지만, 타고난 성향 자체는 크게 고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냥 태리의 예민함을 우리가 안고 가야겠다고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그전에는 태리를 고쳐보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우리가 태리가 예민해지지 않도록 행동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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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들은 태리의 입장에서 불안하게 느껴지는 행동을 최대한 피하고, 자연스럽게 교감이 생겨날 때까지 기다렸다. 억지로 손으로 간식을 주거나 쓰다듬으려 하지도 않았다. 누군가는 ‘그럴 거면 개를 왜 키우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태리에게는 비로소 사람을 믿어볼 시간이 생겼다. 그렇게 태리는 유기견이 아닌 반려견으로 살아갈 기회를 잡게 됐다.

우리는 종종 반려동물을 사람이 사는 방식에 정확히 맞도록 교정해야 한다고 여기곤 한다. 하지만 규격에 맞게 생산되는 상품과 달리, 살아있는 생명체인 동물은 우리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듯이, 동물마다 적응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서로 공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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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한 마리를 입양한다고 유기 동물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동물을 입양해 키우는 일은 이토록 힘든데, 펫샵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강아지들이 팔려나가고 보호소에는 매일 유기견이 들어온다. 이제 개인의 노력만으로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보인 님은 결국 제도적 뒷받침이 더해져야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할 수 있는 분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문제가 되풀이되는 이유는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것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동물보호법을 개정한다든가, 보호소를 개선한다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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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개인의 노력은 여전히 귀한 실천이다. 당장 현실은 바꾸지 못하더라도, 사람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도 강아지를 키워본 적 없었던 세과 님은 태리를 입양한 뒤 보인 님과 함께 두 마리의 고양이를 구조해 새로운 가족을 찾아줬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은 다시금 동물들의 처우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게 될 것이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이 되어서야 이서영 에디터가 용기를 내 태리의 등을 쓰다듬을 수 있었다. (정확히는 손 한 번 대봤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잠깐이었지만 얌전히 손길을 받아들이는 태리를 보고 보호자들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비록 곧바로 고성과 함께 황급히 쫓겨나긴 했지만 기다린 보람은 있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그 벅찬 기다림으로 태리와 함께 하길 바래본다.

박찬울

박찬울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다가 반려동물매체에서 기자 일을 하면서 동물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습니다. 반려동물을 비롯해 학대·방치견, 동물보호소, 반려동물산업, 동물보호법 등 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습니다.